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전쟁의 상흔은 총성이 멎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포화가 멈춘 자리에는 무너진 건물만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말할 수 없는 상실이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도시의 구조 속에,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 속에, 그리고 시간이 멈춰 선 듯한 공간 속에 고요히 스며들어 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이 거대한 도시는 기술과 문화,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처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서울의 거리 곳곳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리에 기념비 하나, 무명용사의 묘, 오래된 성곽의 잔재와 같은 ‘기억의 흔적’과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화려한 도시 경관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말한다. “이곳에도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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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8. 8. 10:24